“작아도 SUV면 괜찮아”… 소형 SUV, 올 3분기 전체 판매 1위

입력 2019-11-03 21:58

국내 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SUV 전체 판매량은 2008년 17만8094대에서 지난해 52만2054대로 10년 동안 약 2.9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소형 SUV 판매실적은 9574대에서 15만5041대로 16배 이상 급격히 커졌다. 중형급 이상의 차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 3분기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판매 실적만 봐도 소형 SUV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전체 판매 35만5460대 가운데 소형 SUV 차급은 5만5335대가 팔리며 모든 차급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소형 SUV가 분기별 차급별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우선 SUV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차급에 관계없이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생애 첫 차’로 SUV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SUV의 엔트리 차급인 소형 SUV로 수요가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성 면에서도 소형 SUV는 매력적이다. 소형 SUV는 1000만원대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SUV를 구입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끌어당긴다. 세단과 비교했을 때 연비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차량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

SUV를 타고 싶지만 큰 차는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소형 SUV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통적으로 SUV는 덩치가 컸고, 특히 여성 운전자나 초보 운전자의 경우 주행이나 주차시 이 점을 불편해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소형 SUV는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실용성이 높으면서도 운전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수요가 늘면서 상품성도 좋아졌다. 최근 출시되는 소형 SUV는 우수한 디자인과 함께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 첨단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가솔린 1.0 터보, 가솔린 1.4, 가솔린 1.6, 가솔린 1.6 터보, 디젤 1.6, 하이브리드 등 다양하고 성능 높은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 등 주행성도 확보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소형 SUV 매출의 전반적인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경쟁적으로 소형 SUV 모델을 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는 실제로 지난 10년간 소형 SUV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소형 SUV 차급의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8년 기아자동차의 소형 SUV ‘쏘울’이 출시된 후 소형 SUV 시장은 2만대 이상 증가했다가 한동안 새로운 소형 SUV가 출시되지 않으면서 다시 작아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2013년 한국GM이 ‘트랙스’를, 르노삼성자동차가 ‘QM3’를 출시하면서 소형 SUV 시장은 2014년 처음으로 3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쌍용자동차가 ‘티볼리’를 내놓으면서 소형 SUV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티볼리는 출시 첫해인 2015년 4만5000여대가 팔려나갔고, 소형 SUV 시장은 8만대 돌파했다.


2016년 이후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 모델을 쏟아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졌다. 2016년 기아차 ‘니로’, 2017년 기아차 ‘스토닉’과 현대차 ‘코나’가 등장했고 올해는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 등 디자인과 상품성이 점차 개선된 모델들이 출시됐다. 그 결과 소형 SUV 시장은 지난해 15만대 이상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소형 SUV 판매량은 약 13만대”라면서 “이 추세라면 소형 SUV는 연간 판매량 17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