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급증 이유로 제시한 ‘35만~ 50만명’… 통계청 “100% 정규직서 넘어간 건 아니다” 인정

입력 2019-11-01 04:08

정부가 비정규직 급증의 변수로 제시한 ‘35만~50만명’이 모두 ‘정규직→비정규직’ 이동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추가 통계조사 실시로 기존에 정규직이었던 사람들의 분류가 바뀌어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1일 기자 브리핑에서 “35만~50만명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정규직에서 넘어올 수 있고, 비정규직에서도 올 수 있다”며 “한쪽만(정규직만) 100%라고 몰아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급증한 비정규직 86만7000명 가운데 약 35만~50만명은 추가 조사에 따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분류로 이동했다고 본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지난 30일 “지난해 조사에선 정규직이었을 사람이 (올해 조사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조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이 근거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국민일보 10월 31일자 10면 참조).

실제로 통계청이 그동안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매월 “고용계약기간을 정했느냐”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기간제 근로자와 “없다”라고 말한 ‘기간제 외’ 근로자들을 구분한다. ‘기간제 외’ 중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이 섞여 있다. 이후 매년 8월 “없다”라고 말한 ‘기간제 외’ 사람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사해 최종 정규직과 비정규직(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으로 나눈다.

통계청은 올해 3월과 6월 이 같은 조사에 ‘추가 질문’을 실시했다. 정부는 이 추가 질문에서 ‘기간제 외’ 사람들이 ‘기간제’로 답변이 바뀐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 외’에는 이미 비정규직인 ‘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이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답변이 바뀐 사람들 중에는 ‘정규직→비정규직’ 외 ‘비정규직→비정규직’으로 이동한 사람들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35만~50만명 숫자가 모두 비정규직의 급증 근거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인 사람들이 추가 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통계청은 정보 부족으로 약 35만~50만명의 비정규직 증가 규모 가운데 정규직에서의 이동과 비정규직 내에서 이동 비중을 각각 구체적으로 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 과장은 “대답이 바뀐 사람들이 정규직에서 왔는지, 비정규직에서 왔는지 쪼개서 살펴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모두 정규직에서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