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이 31일 국회 의안과를 앞다퉈 찾았다. 이달 4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당 현역의원의 최종 평가에서 평가지표 중 하나가 ‘대표발의 법안 수’인데, 이날이 법안 제출 기한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막판 발의’에 매진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정감사 종료 다음 날인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318건에 달했다. 이 중 86건이 31일 의안과에 접수됐다. 법안 중에는 내년 총선 공천 심사를 앞두고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발의된 ‘면피성 법안’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이날 접수된 법안 중에는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이 내놓은 법안도 있다. 국회의원이 회의에 결석하면 출석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년간 총 회의 일수의 10% 이상 불참 시 최장 30일까지 회의 출석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의원이 연간 70회 정도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면, 7차례 이상 회의에 불참할 경우 징계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안 자동 상정’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에 제출된 의안은 숙려기간 뒤 30일이 지나면 상임위원회에 자동 상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 합의로 이를 달리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때문에 법안 통과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개정안은 이 단서 조항을 삭제해 자동 상정제도의 취지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특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건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총선 일정까지 고려하면 이들 법안의 입법 가능성은 낮다.
역설적으로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스스로 벌칙만 만드는 법안을 내는 현실이 부끄럽다는 탄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얼마나 일을 안 하면 이런 법안을 발의하겠느냐”고 했다. 어그러진 20대 국회의 자화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원 정수가 확대되면 민의가 더 잘 반영된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의원 정수 확대에 분노한다. 왜 반대할까. 의원 30명이 늘어도 지금 같은 국회라면 일은 안 하고 세비나 축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멈춰 있는 동안 민생은 더 악화된다. 21대 국회는 일 좀 하는 국회였으면 한다.
박재현 정치부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