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31일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한국관광공사 대표와 면담을 갖고 향후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엄중한 시기”라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과 배국환(현대아산)·안영배(한국관광공사) 대표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50분 가까이 면담을 진행했다. 세 사람 간 만남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요구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는 앞으로의 대응방향 등을 공유할 목적으로 면담을 마련했다.
김 장관은 “남북 당국 간 이야기할 것이 있고 사업자와 북한 사이 협상도 해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일부와 사업자 사이에 또 잘 논의해야 할 것 같다”며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혜를 모아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는 북한의 요구에 당혹감을 표시했다.
배 대표는 “현대로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맞이하니 정말 당혹스럽다”고 했다. 안 대표도 “저희도 금강산 관광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데, 당혹스럽다”고 했다. 두 대표는 정부에 금강산 진출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재차 당부했다. 금강산관광지구에 현대아산은 1억9660만 달러를, 한국관광공사와 에머슨퍼시픽 등 기타 기업은 1억2256만 달러를 투자했다.
면담에서는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현대아산은 지난 28일 금강산관광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북측에 제안한 바 있다. 새로운 발전 방향으로는 기존 관광시설 개보수·활용 방안 마련,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인도적 명분의 고향방문 관광사업 등이 거론된다. 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아산을 비롯한 사업자들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배 대표는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해선) 지금 당장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종합적인 방안들을 정부 측과 강구·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요구로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중 관계는 한층 더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북·중 갈등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 모란봉악단이 4년 만에 방중해 순회공연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제문화전파센터와 공동으로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징쓰웨이 문화창의유한공사는 모란봉악단이 오는 12월 3일부터 약 한 달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11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주최 측은 공연단 규모는 80명이며 관중은 1만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란봉악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음악가 양성소인 금성학원 출신 위주로 꾸려진 여성 전자악단으로 2012년 창설됐다. 김 위원장이 악단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2월 베이징에서 공연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핵·미사일’ 등 공연 내용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돌연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하며 북·중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