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장기 광역교통 대책 청사진을 내놨다. 2030년까지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주요 거점을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한다. 현재 추진 중인 광역급행철도(GTX) A, B, C선에 이어 수도권 서부권에 GTX D노선도 새로 뚫는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등 서울의 상습 정체구간에 대심도 지하도로를 만들어 수도권 교통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밑그림도 담았다.
하지만 예산 규모나 재정 소요 계획, 세부 사업성 검토 결과가 나오지 않은 대규모 사업이 상당수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후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두고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광역교통 2030’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광위는 광역 거점 간 통행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통행 비용은 최대 30% 줄이며, 환승시간도 30% 줄이겠다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대도시권 주요 거점을 30분대에 잇는 광역철도망을 구축키로 했다. 수도권 서부지역의 교통 수요를 채우기 위해 급행철도 신규 노선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미 GTX A, B, C 3개 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D노선 혹은 그보다 많은 노선을 도입한다.
간선도로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대규모 도로 건설 사업도 진행한다. 자유로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부산 사상∼해운대 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의 지하 40m를 지나는 도로를 만든다. 지하는 자동차, 지상도로는 대중교통수단 전용 도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상습정체 구간의 복층화, 제2외곽순환선 조기 완공도 정책 목표에 담았다.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트램-트레인’도 도입한다. 도시 내부에서는 지상 선로를 이동하다 외곽지역에서 이동할 때는 일반 철도를 이용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정부 발표가 정작 중요한 사업계획 같은 ‘알맹이’는 쏙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신규 GTX 노선은 사업이 정말 필요한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선 위치도 ‘깜깜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현재 신설 노선의 정확한 위치와 사업성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부 사업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고양선, 김포한강선 등 1, 2기 신도시 교통대책도 ‘추진하겠다’는 설명만 붙었다. 광역교통망 도면을 통해 이들 노선의 대략적인 구간을 공개했지만 이는 지난 5~6월 발표했던 내용과 동일하다(국민일보 2019년 6월 25~27일자 참조). 국토부 관계자도 “이미 발표한 내용과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총선용’ 발표라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실제로 이날 대광위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모두 축사에서 “지역구에서 염원하던 사업이 대책에 포함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숙원 사업을 무리하게 광역교통 대책에 끼워넣다보니 현실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종합적인 광역교통 밑그림을 제시한 것은 아주 긍정적이다. 다만 향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 많은 만큼 불필요한 지역 선심성 사업은 추후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