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도시권 광역 교통 정책’에는 대규모 토목 사업이 담긴다.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이 구축되고, 대심도 지하도로도 신설된다. 트램 등 신교통수단도 적극 도입한다. 현 정부는 토목 사회간접자본(SOC)을 통한 경기 부양은 지양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교통망 구축 등을 위해 관련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31일 ‘광역교통 2030’을 통해 향후 10년간 대도시권 교통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수도권급행철도 A노선과 신안산선을 계획대로 준공하고, 수도권급행철도 B·C노선은 조기 착공을 추진한다. 서부권 등에 신규 노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하부는 자동차, 지상부는 대중교통차로가 되는 ‘대심도 지하도로’도 만든다. 성남 트램, 대전 2호선 트램, 위례 신도시 트램과 트램과 트레인을 연결하는 ‘신교통수단’도 생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단 ‘중장기 방향’이다. 실제 추진 여부는 향후 다시 검토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대규모 토목 사업이 진행되는 ‘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도로, 철도 등 ‘토목 SOC’를 통한 경기 부양은 피했다. 출범 직후 SOC 예산을 줄였고, 예산을 늘려도 ‘생활 SOC’에 집중했다. 체육관, 도서관 등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토목 SOC에 대한 투자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 올해 3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0.4%다. 사실상 연간 2% 성장이 어려워졌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건설투자가 전분기 대비 -5.2% 감소했다. 정부는 줄어든 정부 투자가 건설 투자 위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본다.
정부 지출은 소비와 투자로 나뉘는데, 투자에는 설비·SOC 등이 포함된다. 정부 투자는 지난 2분기 전분기 대비 20.2% 크게 올랐지만, 3분기에는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정부 투자 감소가 토목을 중심으로 한 건설 투자 부진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정부 투자가 줄면서 ‘나랏돈’이 성장률을 밀어올리는 효과도 약해졌다.
지난달 경기 지표도 토목 사업 영향을 받았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3~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지난 3월(0.1포인트) 이후 6개월 만이다. 3조1000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이 착공되면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끌어올렸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구성 항목 중 ‘건설수주액’이 좋아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토목 SOC’에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중장기 방향이지만 대규모 건설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기 부진과 총선을 앞두고 ‘정책 기조’ 변화를 꾀한다는 비판도 나올 만하다.
재정 부담도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계획에 포함된 광역철도망 건설 비용만 100조원 이상이다. 2030년까지 매년 10조원가량의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