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1980년대 경인·경수지역 소집단 미술운동 재조명

입력 2019-11-01 04:09 수정 2019-11-01 18:59
경기도미술관 '시점時點·시점視點'전에서 김종례 김인순 윤석남 등 여성작가 3명이 결성한 '시월모임'을 조명하는 섹션. 왼쪽 작품이 1985년 제1회 시월모임전 출품작인 윤석남의 '봄이 오는가'이다. 경기도미술관 제공

늘 중심만 조명받는다. 1980년대 민중미술 역시 1979년 서울에서 발족한 ‘현실과 발언’이 주류였다. 창립회원 가운데 작가 김정헌 민정기 고(故) 오윤 임옥상 주재환, 미술평론가인 성완경 윤범모 등은 21세기인 지금 미술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역이 됐다.

그런데, 그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자생적인 소그룹 미술운동이 있었다. 조명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경기도미술관이 미술사에서 밀려나있던 그들을 무대에 올렸다.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이 그것으로, 80년대 경인(서울-인천), 경수(서울-수원) 지역을 무대로 노동 현장과 소통하며 작업해온 소집단 미술운동을 소환한 것이다. 굵직하게는 20개, 넓게는 30개 이상 소집단의 활동 자료를 모았다. 팸플릿 포스터 전단지 엽서 초대장 밑그림 등에 이르기까지 미술작품 330여점, 자료 1000여점이 30여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1985년, 한국 미술, 20대의 힘’전에서 경찰에 압수돼 자취를 감췄던 미술동인 두렁의 작품 15점도 발굴됐다. 두렁은 인천 수원 안양 등 노동 현장으로 흩어져 노동자 대상 미술교실을 열었고, 집회 현장의 걸개그림을 제작했다. 또 79년 수원 크로바백화점에서 창립전을 가진 ‘포인트’, 87년 안양근로자회관 강당에서 창립전을 가진 ‘우리그림’, 85년 인천시 공보관에서 창립전을 연 ‘지평’ 등이 전시장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리그림의 시민미술학교에 초청받아 페미니즘 미술을 소개했던 1세대 여성미술가 모임 ‘시월모임’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종길 학예팀장은 “경인·경수 지역에서 활동했던 소집단들이 현장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기록이 정리되지 못하고 방치돼 왔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대미술사에서 제 위치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