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30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12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수사공보준칙을 대체하게 될 이 훈령은 기소 전에는 혐의사실, 수사상황, 피의자 실명 등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민간위원이 과반인 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대체로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 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피의사실 공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피의자에 대한 예단을 유도하고 망신을 주거나 수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피의사실을 흘리는 수사 방식은 개선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새 훈령에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유감이다. ‘사건 관계인이나 검사 또는 수사 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특히 문제다. 훈령에는 오보나 인권 침해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적시돼 있지 않다. 자칫 법무부나 검찰이 자의적 해석을 통해 특정 언론이나 기자의 취재를 원천 차단하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기사 정정 등의 구제 절차가 있는데도 이런 규정을 둔 것은 과도한 언론통제다.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법무부는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부에 의견을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검찰청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무시됐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언론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훈령은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국민의 알권리는 소홀히 취급된 측면이 있다. 정치인, 고위 공직자, 주요 경제인 등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인물에 대한 수사 정보 공개까지 엄격히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알권리 침해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설] 인권보호 핑계로 언론 통제하겠다는 건가
입력 2019-11-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