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비상한 각오로 거듭나야

입력 2019-11-01 04:03
삼성전자가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흑백TV를 만드는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80년대부터 반도체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 뒤 90년대에 D램 신화, 애니콜 신화를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최대 기업으로 변모했다. 창립 첫해 종업원 36명, 매출액 3700만원에서 2018년 기준 임직원 10만여명, 매출액 244조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 현재 시가총액 300조원, 브랜드 가치 611억 달러(약 71조원)를 자랑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한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83년)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외친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93년)은 삼성전자의 세계적 도약에 초석이 됐다. 이들의 창의적 발상과 끝없는 도전정신,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반백 년의 세월 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성대한 자축 행사를 하고 박수를 받을 만도 하지만 삼성전자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이날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조촐한 기념식을 치른다. 삼성전자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경영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업황도 좋지 못해 떠들썩한 잔치를 할 상황이 아니다. 31일 공시한 3분기 실적도 전체적으로 선방한 측면이 있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7조78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반등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55.7%나 감소했다. 세계적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삼성전자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한국 경제를 이끌 미래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게 급선무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혁신 역량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도약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선, 상생 경영, 사회적 책임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려면 비상한 각오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