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1일 내년 4·15 총선에 대비해 외부 영입인사 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청년단체 ‘청사진’ 백경훈 공동대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등 나름 한국당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여성과 청년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이나 참신하거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영입 1호로 낙점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이 당내 반발로 보류됨으로써 모양을 구겼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혐의로 군복을 벗은 논란의 당사자다. 비록 갑질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박 전 대장이 꼭 필요한 인재이고, 문재인정부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라면 사법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 영입해도 늦지 않다. 그것이 국민 눈높이에도 맞고 보수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이번 건을 계기로 황교안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당내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대표가 당내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심을 못 잡고 왔다갔다한다는 지적이다. 패스트트랙 문제만 해도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가 당 안팎에서 비판여론이 거세자 ‘해당행위’라고 말을 바꿨다. 또한 당내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박 전 대장 영입을 추진했다 당 이미지를 훼손시킨 역효과를 자초했다.
4선의 신상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논란 소지가 있는 인물을 굳이 첫 인재영입 명단에 넣었어야 하는가에 아쉬움이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황 대표의 리더십에 흠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우려했다. 초선의 신보라 의원은 “최근 1~2주 사이 우리 당이 취한 행동과 결정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당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점증하니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요즘 시중에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죽을 쒀도 야당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어제 리얼미터 발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두 달 반 만에 다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질렀다. 반면 한국당 지지도는 전주에 비해 1.8% 포인트 떨어졌다. 조국 사태에 따라 잠깐 누렸던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정부·여당이 잘못하기만 바라봐서는 한국당의 미래는 뻔하다. 여당보다 더 많이 바꾸고, 먼저 혁신해야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사설] 당내에서도 우려 점증하는 ‘갈팡질팡’ 황교안 리더십
입력 2019-11-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