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비행기 승무원이 되는 것, 의사와 결혼해 부자 되는 것, 구원받고 천국에 들어가는 것 등 세 가지 꿈을 품고 하나님께 끝없이 기도했다. 1997년 항공사에 입사하며 첫 번째 꿈을 이뤄 훈련을 받고 국제선에 투입됐다. 현지 음식과 볼거리, 다양한 쇼핑, 색다른 문화 체험, 바닷가 휴양지의 해양스포츠 등 정말 꿈같고 신나는 삶이었다.
처음엔 이코노미 클래스, 좀 지나 비즈니스, 나중에는 퍼스트 클래스에서 일을 하는 도중 상위 클래스 사람들의 삶을 보며 동경했다. ‘돈이 사람을 귀하게 만들고 돈이면 다 되는구나’는 생각과 함께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승무원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날씨와 기류가 좋지 않은 날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이러다 떨어져 죽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뭐야! 내가 얼마 동안 교회에 다녔는데 헌금은 또 얼마나 했는데 난 구원을 받았어!’ 하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천국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어느 날부터 언니는 시간만 나면 성경을 읽으며 내게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언니의 말을 듣는 도중 나는 예수님과 아무 상관이 없는 자임을 알게 됐다. 충격받은 나는 지옥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쉬는 주일에는 가족을 따라 한마음교회에 갔다. 하지만 아무리 설교를 듣고 성경을 보아도 지식만 쌓여가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께서 요한계시록 3장 15절 말씀을 선포하셨다. ‘그래, 뜨거워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차가워지기라도 하자! 남들 다 가는 지옥, 나라고 못 갈 것이 뭐야, 1년을 넘게 따라 다녀도 안 되는데! 한 번뿐인 인생, 신나게 즐기며 살아보자!’ 하며 차를 바꾸고 고가 시계와 액세서리, 비싼 옷을 사 입고 고급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2년간 하나님을 떠나 세상을 즐기다 보니 즐거움도 사라지고 마음은 다시 불안해졌다. 그때부터 성경과 신앙 서적을 갖고 비행기를 탔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던 어느 날 밤 놋 뱀을 쳐다 본 사람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면 살 것 같아 교회에서 발행한 간증집 ‘부활을 본 사람들’을 읽었다. 그리고 ‘하나님. 저도 이분들처럼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요. 예수님을 확실하게 믿도록 도와주세요.’ 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성경이 사실인가?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을까?’를 하나하나 정리해 봤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본 후 모두 순교했고 그 악독하던 사울도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다 결국엔 순교 당하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며칠 후 로마 스케줄이 나와서 카타콤에 가게 됐다. 개미굴 같은 지하무덤들을 돌며 당시 크리스천들의 처참했던 믿음의 생활을 직접 확인했다. 좁은 공간에도 있는 예배 장소, 벽에 새겨진 바울과 베드로의 이름, 돌에 새긴 예수님 얼굴을 목격하니 더 이상 그 어떤 확인도 필요 없었다. 예수님이 2000년 전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것은 정확한 역사였다. 모든 생각이 깔끔히 정리되면서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세상과 하나님 사이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10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 춘천에서 예수님 잘 믿는 의사와 결혼해 같이 병원을 운영한다. 아홉 살 때 하나님께 기도한 세 가지가 다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병원을 개업했다 폐업하고, 원치 않는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10년 간 8번 이사를 하는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새 힘을 주셨다. 정말 힘들게 하는 환자도 있지만 병원의 주인이 예수님이기에 모든 환자를 내 몸처럼 대하며 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교회 지체들과 함께 영혼구원에 힘을 모은다.
세상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아 돈과 명예를 좇아 호화로운 삶을 추구하던 내게 가장 멋지고 풍성한 삶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린다.
이미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