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많이 벌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의사가 참 보람된 삶이란 생각에 어려서부터 의사의 꿈을 품었고 결국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낭만적인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먼 살인적인 학습량과 하위 성적자의 유급에 따른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첫 해부학 실습수업에 처음으로 시신을 보는 순간 ‘아! 저 분들도 얼마 전까지 나처럼 숨 쉬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충격과 고민에 빠져 있던 차에 사촌형과 자동차 도로연수를 하다가 큰 사고가 일어났다. 폐차수준의 전복 사고였지만 기적적으로 형과 나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두 상황을 맞으며 삶과 인생의 허무를 느끼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죽으면 그냥 끝일까? 인생을 모두 걸만한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철학서적에도 종교에서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의사의 꿈도 회의가 들면서 술과 음악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문득 힘들지만 항상 복음을 전하며 기쁘게 생활하는 춘천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같은 과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를 만나 결국 한마음교회 여름 수련회에 참가했다.
‘예수님이 사람으로 이 땅에 오신 전능자 하나님’이라는 등 모든 말씀이 내겐 충격이었다. 문제해결의 기대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교차하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답을 찾기 위해 철야기도를 할 때 어느 형제가 예수님이 실존인물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구약의 예언이 그대로 성취되는 것을 확인하고 예수님이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며 락 밴드를 해체하고 술을 끊고, 선후배는 물론 교수님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예수님을 전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를 지나 전문의가 됐다. 그 동안의 고생을 돈으로 보상받기 위해 겁 없이 10억원 가까이 대출받아 요양병원을 인수하고 아파트도 샀다. 그러나 욕심으로 시작한 병원은 큰 손해를 입고 결국 폐업하며 긴 광야 생활이 시작됐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낮에 진료하고 밤엔 응급실 당직을 하며 체력의 한계까지 일을 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일하던 병원의 부도로 월급을 못 받고 사기도 당하고 TV에 나올 법한 압수수색도 받는 등 험한 일을 계속 겪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말이면 춘천까지 달려가 기도하며 예배를 드렸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생활의 염려에 깊이 빠졌다. 말씀은 뒷전이 되고 빨리 돈을 벌어 인생역전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발버둥쳤다.
시간이 지나 춘천에 의원을 개원했고 짧은 시간 내 자리를 잡았다. 빚도 갚고 경제적으로 안정됐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났고 고혈압 당뇨까지 생겼다. 다시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왜 나는 신앙적 방황을 계속할까?’ 다시 마음을 잡고 말씀에 집중했다. 그러다 ‘요나의 표적 밖에는…’이란 말씀이 가슴에 박히며 십자가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과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성경 말씀은 모두 지식이었고 내가 주인 돼 살았음을 정확히 알게 됐다. 내 믿음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활로 예수님이 전능자 하나님이심이 비춰지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았던 악랄한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마음의 주인이 바뀌니 병원은 돈 벌이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장소였다. 진료를 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했다. 의사들 모임에 가면 ‘임원장! 요즘 뭐 좋은 일 있어? 환자가 많이 늘었나봐?’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쁨이 임했다. 공동체 지체들과 함께 병원에서 복음을 전하며 날마다 천국의 소망으로 사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 아마도 나보다 더 행복한 원장은 없을 것 같다.
돈과 성공을 좇아 인생을 허비하던 나를, 예수님의 사랑으로 영혼을 사랑하는 최고의 의사로 만들어 주신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드린다.
임국남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