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11월 1일)을 맞는 삼성전자가 비교적 조용히 창립일을 보낼 예정인 가운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과 관련된 계획을 이미 어느 정도 제시한 시점에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창립 50주년은 외부 행사나 이벤트 없이 연례적으로 창립기념일마다 열리는 내부 행사만 열릴 예정이다. 40주년에는 10월 한 달간 전국 삼성전자 매장에서 사은품·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창립 40주년 고객 사랑 대축제’도 진행했지만 50주년 창립 관련 이벤트는 일절 열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행사는 열리겠지만 이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기념축사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창립 30, 40주년에 맞춰 사업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전사적 차원의 비전보다 경영진의 뜻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1999년 창립 30주년 때 삼성전자는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정보기술(IT) 업계 톱(Top) 3 진입을 목표로 하는 ‘뉴 밀레니엄 비전’을 밝혔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2009년에는 ‘비전 2020’을 밝혔다.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 달성과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선포였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삼성전자는 40주년에서 언급한 주요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왔다. TV와 스마트폰은 각각 시장점유율 29.0%, 20.3%를 달성했고,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이 세계 시장의 42.8%, 낸드플래시가 38.5%를 차지하고 있다.
창립기념일에 맞춘 전사적 차원의 전략, 비전 제시는 없지만 이미 주요 사업 계획은 대외적으로 공표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이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13조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 4월 30일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여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왔다. 지난해에는 미래신산업에 3년간 180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당초 계획보다 2배 많은 4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지원 등 상생 협력도 실행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