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조국 사태’에서 벌어진 각종 논란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두 달 넘게 정치권을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한 첫 유감 표명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많은 우려를 전해주신 국민과 의원 여러분들의 말씀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유념해 민생과 개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과 최근 당내에서 쇄신 요구, 나아가 지도부 책임론이 잇따른 데 대한 답변인 것이다.
이 대표의 답변에 비춰 당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짧은 유감 표명 뒤 곧바로 검찰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을 봐도 그렇다. 이 대표는 “이번 일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론이나 책임론과 관련한 가시적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당의 쇄신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잘 만들어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당직 개편 얘기는 당내에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총선이 다섯 달밖에 안 남았는데 지도부를 여기서 물러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총선 로드맵과 인재 영입 구상도 밝혔다. 먼저 지난 28일 발족한 총선기획단 위원 선임을 이번 주에 마무리할 것이며 인재 영입 대상으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 후손,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청년·장애인·여성을 꼽았다. 인재 영입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실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 당에서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가 대표를 맡고 나서 민주적으로 당 운영과 소통을 하고 있어 모두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영입 방안으로는 청년들이 경선에 참여할 경우 경선 비용을 대폭 낮춰 아예 안 받거나 절반만 받는 안과 본선에서 떨어졌을 때 전액 환불 기준(15% 이상 득표)을 8% 정도로 낮추는 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총선 물갈이에 대한 질문에는 “임의로 물갈이한다, 쫓아낸다고 하는 건 예의 없는 것”이라며 “확정한 공천 룰에 맞춰 (공천을) 진행하다 보면 결과에 따라 도태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신인들도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선거제 개혁안 논의에서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지역구 225명, 비례 75명으로 300명을 절대 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것으로 당론을 이미 확정했다”며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1야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거론하며 “제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면서 “아무리 정부 비판과 견제가 야당의 임무라지만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발목 잡는 것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하다는 몇 마디를 제외하면 사과가 아닌 변명과 핑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며 “진정 책임을 느끼고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논평했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