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보잉사의 B737-NG 기종에서 ‘동체 균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보잉 공포’에 빠졌다. 한국 정부도 국내 9개 항공사들을 소집해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고 B737-NG 기종의 안전진단 계획을 점검했다. 안전 점검을 완료하는 시기를 최대한 당겨 다음 달까지 끝낼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구체적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대부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B737-NG 기종만 운항하고 있다.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연쇄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국내 9개 항공사 경영진, 운항·정비본부장 등과 긴급안전점검회의를 가졌다. 최근 제주항공 회항 착륙, 아시아나 A380 항공기 엔진 시운전 중 화재 발생 등 안전 장애가 잇따르자 항공사에 ‘기합’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핵심 의제는 항공기 동체균열이 발견된 B737-NG 기종 관련 안전대책이었다.
지난 4일 중국에서 해당 기종을 개조하던 중 동체와 날개 연결 구조 부위에 균열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전 세계 1900여대를 대상으로 긴급점검 명령을 내렸다. B737-NG는 전 세계에서 7000여대가 운항 중인 인기 소형기다. B737-600~900 시리즈를 통상 ‘NG’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B737-800(189석) 150대가 들어와 있다.
지난 26일 제주항공의 B737-NG 기종이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중 기체 이상으로 불시착까지 대비하며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 항공업계에도 ‘보잉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도 국내 항공사에 긴급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누적 운항횟수 3만회 이상인 42대를 우선 점검하도록 했다. 42대 중 9대의 경우 동체 일부에서 균열이 발생해 운항 중단조치가 내려졌다. 국토부는 누적 운항횟수가 많은 기종부터 점검할 예정이다. 2만2600~3만회를 비행한 기종은 22대, 2만2600회 미만 기종은 86대로 집계됐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이 기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제주항공(46대)과 티웨이항공(26대)은 보유 항공기가 모두 B737-NG 기종이다. 이스타항공(21대)과 진에어(22대)도 B737-NG 기종을 상당수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 기종을 하나로 통일하면 정비 비용, 조종사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국토부는 구체적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고 각 항공사 계획을 점검만 했다. 국토부는 “우선 점검대상인 42대는 보잉 기술진이 다음 달 초 한국에 와서 항공기를 수리해야만 한다. 그 이후에 운항 재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2만2600회 이상 비행한 기체 22대의 경우 5개월 안에 점검을 끝낸다는 걸 다음 달 중으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적기에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사고가 나면 국내 LCC들은 운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