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정국’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게 한여름인 8월 9일이니 이제 3개월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복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한 수사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혐의는 11가지다. 크게 나누면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비리, 증거인멸 혐의다. 언론은 그동안 ‘의혹’을 붙여왔지만 검찰은 영장에서 ‘비리’로 적시했고 법원은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보강수사를 거쳐 조만간 추가 기소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은 소환조사를 받은 뒤 신병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하반기를 뒤흔든 이 사건의 후폭풍은 너무나 크다. 상당수 국민이 허탈감, 박탈감, 상실감을 느꼈다. 조국 사건은 대한민국 구성원들에게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와중에 조국 비판론자와 지지자들은 양쪽 진영으로 나눠져 극한의 국론 분열로 이어졌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국론 분열을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한 책임은 정치권, 특히 청와대와 여당에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분열을 봉합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그나마 나은 개선점을 찾는 것은 대통령과 정치인들 몫인데 말이다.
소위 ‘조국 수호’의 최전방에 섰던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지난 28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그런 점에서 너무도 실망스럽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정·공존을 열망하는 국민 요구’를 거론한 뒤 “우리 사회에 어떤 특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째로 들고 나온 게 ‘검찰 특권’ 얘기였다. 힘없는 국민은 40%가 기소됐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은 단 0.1%가 기소됐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 특권을 없애야 하며,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검사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처분이 이뤄진 9903건 중 기소된 사건은 14건, 기소율은 0.14%다. 판사 기소율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검사 비리는 반드시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검사가 고소·고발된 형사사건은 민원인이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고 고소한 사건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민원인 한 명이 법무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담당검사, 대법원장, 국회의원까지 352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앞뒤 맥락을 건너뛰고 기소율 수치 하나로 검찰 특권 철폐, 검찰 개혁을 언급했다. 정파적 의도가 담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합법적 불공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라며 ‘공정’을 27번 얘기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비록 공정하진 못했지만,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라는 정치적 방어논리인 듯하다. 그런데 적어도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이 거듭할 표현은 아니었다.
정경심 교수의 영장실질심사 이후 나온 변호인의 입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분명히 인턴 활동을 한 게 맞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일 때 허위라고 말할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 대상인지 합의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공정을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한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논리를 설파할 때 불필요한 수식어가 동원된다. 공정은 공정일 뿐이다. 군색한 수식어는 필요 없다.
남혁상 사회부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