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의 ‘동맹 비즈니스’

입력 2019-10-31 0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인식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을 돈 벌어오는 용병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주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 50억 달러(6조원) 수준의 분담금 요구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분담금의 6배에 달한다. 군인이 아닌 주한미군 군속과 가족에 대한 지원비용, 컨트랙터라고 불리는 민간군사업체 용역비용까지 주문했다고 한다. 미국의 자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소요되는 비용도 일부 떠넘기려 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준해 인상되던 방위비 분담금을 터무니없이 올리려는 행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마침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비서관이 펜타곤의 비사를 책으로 엮어 냈다. 트럼프가 취임 초부터 “한국이 우리를 벗겨먹는다”거나 “한국이 연 70조원은 내야 괜찮은 거래”라는 식으로 말해 왔다고 폭로했다. 지금 분담금 협상 상황은 이런 발언의 기조와 다르지 않다. 철저히 장사치의 셈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동맹은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에 맺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결속 관계를 뜻한다.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안보와 번영을 추구한다는 약속이면서 그것을 함께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동맹 관계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언제나 공통의 이익이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동맹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군사적 방어막이든, 자원이든, 유리한 세계질서이든 미국의 이익이 있는 곳에 미국의 동맹이 있고 한국도 그렇다. 이런 상호적 관계를 트럼프는 돈이 드느냐와 돈이 되느냐의 금전적 관계로 바꿔 가고 있다. 대단히 근시안적인 행태다. 그의 ‘동맹 비즈니스’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미국은 결국 장기적 이익이 크게 훼손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익의 훼손이 현실로 닥쳤다. 천문학적인 분담금 압박을 넘어 오랜 세월 유지돼온 동맹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려 한다. 최근 쿠르드족의 뒤통수를 친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국제사회의 냉엄함을 보여줬다.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당장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이끌어가는 게 우리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그 관계가 언제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인식을 품고 대비하는 것 역시 장기적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