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광주시,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입력 2019-10-31 20:44 수정 2019-10-31 22:08
산·학·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AI클러스터 창립과 제1차 포럼’ 행사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인공지능(AI)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걸음마를 떼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AI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21세기 지역경제의 혁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지난해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각 광역단체가 신청하도록 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사업으로 AI를 선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AI는 정부의 3대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다. 그 결과 지난 1월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이 광주권 대상사업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단체에 총 24조원대 예산사업의 예타 절차를 면제하는 과정에서 금액은 적지만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지원이 필요한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닌 연구개발(R&D) 분야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후 시는 AI를 전담할 조직구성과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가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AI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경기도와 기술연구·공동투자 등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AI 선도도시로서 국내 최초의 AI클러스터 포럼도 창립했다. 시는 AI 기술개발의 구심점이 될 국립AI연구원과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한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을 향후 설립한다.

시는 1단계로 ‘AI 집적단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AI산업의 요람이 될 집적단지는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이다. 시는 첨단3지구 4만6200㎡에 내년부터 2024년까지 4061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AI중심 산업혁신 인프라를 갖춘다. 세계 10위권의 AI컴퓨팅 파워 실현의 전진기지가 될 AI 특화 데이터센터 등을 건립해 광주의 3대 효자산업인 자동차·헬스케어·에너지 분야 제품개발에 필수적인 실험·실증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어 2단계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939억원을 들여 집적단지 연구기반과 AI산업을 연계시킨다. 열악한 지역 산업구조의 혁신적 변화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시는 광주형 AI비즈니스 모델을 발굴·육성해 일자리 창출, 전문인력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1석3조의 경제효과를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광주시 안신걸 스마트시티 과장은 “4차 산업혁명은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집적단지가 광주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AI 집적단지 조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AI 창업기업 1000개, 고용효과 2만7500명, AI전문인력 5150명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더 나아가 아시아권 AI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굳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지역 내 8개 기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AI 정책수립과 자문역할을 맡은 김문주 기술고문의 주선으로 구글 본사와 스탠포드 대학 등 연구기관,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기업 등을 찾았다. 지난 6월 위촉된 김 기술고문은 뉴저지 공대와 뉴욕 빙햄턴 왓슨 공대 출신의 공학박사다. 1981년 IBM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몸담은 그는 사내 수석엔지니어를 맡아 발명왕(마스터 인벤터) 타이틀을 획득한 슈퍼컴퓨터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유명한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 슈퍼컴퓨터와 관련한 수백건의 특허도 갖고 있다.

광주시는 실리콘밸리 방문 기간 동안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회사 ‘인코어드’와 투자·기술이전 업무제휴를 통해 ‘제1호 AI 연구소’를 유치하고 팔로알토연구소, 빌더스벤처캐피탈과는 AI분야 기술·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팔로알토연구소는 레이저프린터, 마우스 개발 등을 통해 ‘제록스’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곳이다. 시는 실리콘밸리를 비지니스 영역의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마켓도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AI클러스터 포럼도 창립했다. 지난 2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적 AI전문가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간, AI, 산업이 함께 하는 혁신사회’라는 주제로 제1차 포럼을 가졌다. 포럼은 앞으로 분기별로 연 4회 정기행사를 갖고 국내·외 AI분야 이슈와 트렌드 등을 심층 분석하게 된다. 또 영역별 AI도입사례와 주요 성과를 공유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과 광주가 선진국가와 도시들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4차 산업혁명이고 그 핵심이 AI라고 판단해 ‘지능형 경제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시는 같은 날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성공적 대한민국 AI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경기도와 맺었다. 두 광역단체는 협약체결에 따라 앞으로 AI협력센터를 설치·운영하게 된다.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구심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과 산업의 집적화를 이루고 있다.

시당국은 앞서 지난 9월 ‘광주 AI 대표도시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내외 AI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 추진위는 광주정보문화진흥원에 둥지를 틀고 글로벌 AI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석·박사급 인재양성을 위한 AI대학원 설립도 추진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내년 3월 개원하는 AI대학원은 ‘AI for X 융합연구’를 통해 집적단지의 인력과 기술 공급, 기업창업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광주시는 AI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시켜 광주를 미래형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AI분야가 초기단계인 만큼 이를 선점하면 향후 지역발전과 연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김문주 광주시 AI기술고문은 “AI는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근본 기술”이라며 “실리콘밸리를 뛰어넘는 AI 중심도시 광주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AI산업 육성 진두지휘하는 손경종 광주시 전략산업국장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가 한국 경제를 이끌 날이 올 것”



“광주시가 2019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사회간접자본이 아닌 인공지능(AI)을 선택한 것은 4차 산업혁명에 총체적 역량을 집중하자는 생각에서 입니다.”

광주시 손경종(사진)전략산업국장은 30일 “도로·철도 등을 신청한 다른 광역단체와 달리 발상을 전환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AI에 미래의 사활을 걸었다”며 “AI 기술과 산업을 선점하는 지름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AI 집적단지를 조성해 광주형 AI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역의 특화산업과 밀착하는 AI 기술개발이 장기적 목표”라며 “AI는 광주의 경제발전을 이끌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AI정부’를 자임하고 연내에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광주가 시대적 추세를 잘 읽은 것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협력체계를 만들고 AI대학원 설립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그는 “첨단3지구 연구교육단지에 들어설 AI 집적단지에 앞으로 10년간 1조원을 투자해 AI 기술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면 광주의 산업기반은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세계적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AI산업융합 생태계가 대한민국을 AI 4대 강국으로 이끌게 된다”고 했다. AI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될 광주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지능화 혁명으로 불리는 AI 알고리즘을 특화산업과 접목해 다양한 경제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는 교과서가 없습니다. 원리와 방법론이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두 발로 그냥 서 있으면 땅이지만 앞을 향해 걸으면 길이 됩니다. AI 육성을 위한 든든한 우군도 얻었습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전자부품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손 국장은 “AI는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기회”라며 “AI 중심도시 광주가 한국경제를 이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