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서초동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촛불을 드는 교회를 만난다. 지금은 사회참여를 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교회가 어떤 자리에서 누구의 이웃이 될 것이냐는 신학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공공신학이다.
시의적절하게 나온 이 책은 젊은 한국인 신학자가 우리의 상황에 맞춰 공공신학 논의의 세계적인 흐름을 소개하고 나름의 방향을 제시한다. 신학과 정치철학을 종횡무진 오가는 논의를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저자가 간결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천천히 읽어가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다. 읽다가 문득문득 현실 교회 모습이 떠올라 시선을 허공에 두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종교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종교보다 뜨거운 그 열기 속에서 후기 세속사회의 모습을 본다. 이 광장의 시민에게 열정과 광기의 역사를 지나온 교회의 경험이 통찰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광장에 나온 교회는 깃발부대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천사를 맞이하듯 이웃을 끌어안아 교회의 품을 넓혀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시민과 교회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한 필독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