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선거법·예산안… 국회의장이 낸 3차 방정식

입력 2019-10-30 04:04

문희상(사진) 국회의장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법안을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결정했다. 여당의 요구대로 당초 이날 부의할 것이란 예상을 깬 것이다. 문 의장의 고심 끝 결정에 따라 먼저 선거법이 11월 27일 부의되고, 사법개혁법안이 그 이후 다뤄지게 됐다. 여기에 12월 2일 법정 예산안 처리 시한까지 맞물리며 여야가 세 가지 사안이 얽힌 3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문 의장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패스스트랙에 오른 사법개혁법안 4건의 본회의 부의 날짜를 12월 3일로 지정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통보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밝혔다. 그동안 여야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의 심사 및 부의 기간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날부터 180일이 되는 10월 28일 이후 부의가 가능하다는 여당 입장과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기간인 90일을 보장, 12월 3일 부의할 수 있다는 야당의 해석이 맞서 왔다. 한 대변인은 “29일 부의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던 것을 감안해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기간 동안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의장이 요청했다”며 “본회의 부의 이후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신속한 공수처법 처리를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의장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장 입장에선 여야 간 합의 노력을 더 하라는, 정치적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겠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며 “그 누구도 (공수처법을 신속 처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유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29일 발의를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12월 3일도 가능하나 법 해석상 내년 1월 28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간을 두면 1월 말 부의할 수 있다는 게 법의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장의 절묘한 결정으로 여야가 합의 처리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문 의장이 이날 법안을 부의했을 경우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2의 ‘동물국회’ 상황이 빚어졌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 군소 야당들은 일제히 문 의장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할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선거법을 둘러싼 의원 정수 논의와 사법개혁법안, 예산안까지 패키지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