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양 원장과 김 지사, 비문(비문재인) 대표 주자인 이 지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내 잠재적 갈등 요소로 꼽혀온 친문과 비문 간 대립을 풀어 균열을 최소화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9일 민주당과 민주연구원에 따르면 양 원장과 김 지사, 이 지사는 전날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3시간가량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두고 이 지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친문계 전해철 의원도 동석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올 들어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의 ‘총선 병참기지’ 역할을 자임해온 양 원장이 모임을 주도했다고 한다. 지난 6월 경기도와 민주연구원이 업무협약식을 할 때 양 원장이 이 지사에게 먼저 만남을 제안했고, 지난 28일 경남도와 민주당 간 예산정책협의회 일정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김 지사가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회동에서 양 원장은 문재인정부 국정과 경기·경남도의 도정 성공,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친형 강제 입원’ 사건으로 나란히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 지사와 이 지사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국회를 찾은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만났다”며 “이 지사도 힘들고 어려운 처지고, 서로 비슷한 처지라 위로 겸 서로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보면 나라도 어렵고 국정이 어려운 상황인데 뜻과 힘을 모으자, 당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역할을 하자며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만남이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총선에서의 역할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공무원이다. 그런 건 아니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한 것이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만남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생긴 친문-친이재명 지지자 간 반목이 아직까지도 당내 통합의 장애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원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양쪽 지지자들 간 갈등이 극심해 민주당은 게시판 실명제 전환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양 원장 측 관계자는 “친문 지지자와 친이재명 지지자들의 갈등이 당내 마지막 잠재적 분열 요인으로 남아 있었다”며 “전날 회동은 이를 해소함으로써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권리당원 게시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총선 공천심사기획단 명단이 돌았다. 친이재명계에서는 친문 진영에서 만든 ‘지라시’가 아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해당 명단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양쪽 지지자들 간 신경전이 여전하기 때문에 세 사람이 만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그림을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동 사진도 양 원장 측이 언론에 공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