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학생 감소·불수능이 맞물려 재수생 증가 우려

입력 2019-10-30 04:08

정부의 정시비중 확대 정책이 학생 수 감소와 최근 이어진 ‘불수능’ 기조와 맞물리면서 재수 사교육 시장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 달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뒤 정부의 구체적인 정시비중 확대 방안이 발표되면 사교육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재수생 쟁탈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다음 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정시비중 확대 대상과 시기, 확대 폭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 안팎을 대상으로 정시비중 40~45% 수준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만약 정시 비중이 45% 수준이 되면 수시 이월 인원까지 포함해 실질 비율은 50%가 된다. 정시와 수시 비율이 5대 5로 재편되는 것이다.

정시 확대는 재수 사교육 시장에는 호재다. 특히 정시 확대 방안 발표가 수능일과 성적 통지일(12월 4일)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는 수험생들이 가장 흔들리는 시기이다. 수험생들은 부족한 정보 때문에 이 시기에 사교육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사교육 업체들에게는 마케팅을 벌이기 최적의 조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수 전문학원 관계자는 “지금은 정시 확대 논란이 거세 역풍을 맞을 수 있어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올해 수능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문의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은 수능 난이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서울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을 높여놓고 수능을 쉽게 출제해 변별력 대란을 야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근 출제 당국은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맞춰 수능에서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자 국어 난도가 대폭 올라갔다.

출제 당국은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늘려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는데 국어 영역을 활용했다. 지난해 국어 교사도 풀지 못하는 ‘수능 국어 31번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입시 업계에서는 통상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재수생이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국어 31번 논란은 재수 증가와 동시에 초고난도 문항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역시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교육계에서는 급격한 학생 수 감소 역시 재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내다본다. 경쟁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학 입학가능 인원은 2019학년도에 52만6267명이었다. 현재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선 4만6891명 줄어들어 47만9376명이 경쟁한다. 현재 고2가 치르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는 42만893명으로 더욱 경쟁이 완화된다. 대학에 들어가려는 인원이 불과 2년 사이 10만명 이상 줄어들게 된다. 대학 입학가능 인원은 교육부가 고3학생 수와 대학 진학률 등을 고려해 추정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 수가 줄어 대학 합격 가능성이 높아졌고 여기에 정시 확대 또한 재수 기대심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 고교 2학년은 이미 학생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고1부터 정시 확대가 본격화되면 재수 기대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