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배경에 ‘통계적 착시’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병행조사를 시행하면서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들이 포착돼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이례적으로 통계청장이 직접 나섰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고용노동부 차관도 추가 브리핑을 했다. 비정규직 급증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로 해석되지 않도록 총력 방어전을 펼친 것이다.
강신욱(사진) 통계청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정규직 증감 규모를 지난해와 비교해 온전히 증가했다고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증감 비교는 이용자(국민) 혼선을 야기할 수 있으니 유의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국가 통계 작성의 책임자이면서 차관급인 통계청장이 직접 경제지표를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에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는 8월을 기준으로 매년 한 번 발표하는 통계다. 보통은 통계청 사회통계국 고용통계과장이 발표를 맡는다.
비정규직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결과에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책임자급’이 직접 방어전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는데도 되레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모양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고용부도 가세했다. 합동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과거 통계와 증감 폭을 비교할 수 없다. 통계청 조사와 달리 다른 조사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급격한 증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 역시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노동자 수를 봐도 증가 폭이 과거 추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조사방식 개편을 급작스럽게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한다. 2017년 국회 지적에 따라 조사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내부 논의를 지속해왔다고 설명한다. 고용형태 구분에 한계가 있어 종사상지위분류 개정안을 적용하라고 지난해 ILO에서 권고한 것도 반영했다고 한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