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소비 ‘연결성’ 큰 4차 산업시대, 기계간 통신 표준화 필요”

입력 2019-10-30 04:04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은 가장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략을 설계·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 중인 독일 정부는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 독일엔지니어링협회(VDMA) 등 산업 단체와 함께 2013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접목을 통한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인더스트리 4.0은 기계와 기술, 사람이 서로 연결된 사회를 만드는 작업이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학계의 유기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일을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정부의 정책과 산업 현장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3600개의 중소기업을 포함해 6000개의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연중기획 ‘한국 인더스트리 4.0’을 마치며 뮌헨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과학 정책 분야 책임자 프랑크 트레페(63·사진) 박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레페 박사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래 생산 현장에서 기업이 찾는 요소는 안전성과 유연함, 직관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 소비, 업무, 의사 소통 및 행동 방식에 이르기까지 ‘커넥티비티(연결성)’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솔루션은 모든 부문에 퍼져 있다”면서 “이것이 기존 사업 모델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 구조를 변화시키며 글로벌 시장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사회가 전망하는 제조업 혁신이 불러올 경제적 가치와 잠재력은 엄청나다. 그는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 연구 결과 4차 산업혁명은 경제 주요 부문에서 2025년까지 약 780억 유로(약 100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지금 독일에선 ‘인더스트리 4.0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트레페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업체에서 다른 제조업체의 장비를 통해 제품을 만들려면 기계들끼리 서로 통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직은 가장 낮은 수준의 스마트 연결에도 공통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데, 인더스트리 4.0 정책은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5G 이동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생산 현장 제어는 연구의 결과가 적재적소에 적용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기술과 지식이 실현되려면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해야 하며 그 방식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문제에 대해선 “생산과정이 자동화돼도 생산 과정을 감독하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항상 인간의 지능이 필요하다”면서 “산업계는 인재를 채용하고 훈련하는 데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크 트레페 박사는 독일 아헨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82년부터 아헨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생산기술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현재 뮌헨 프라운호퍼 연구소 이사회 준회원이자 과학 정책 및 국제 전략 사업 개발 책임자를 맡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 프라운호퍼 연구소 자문위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기술 프로그램 평가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