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ESS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암흑기’였던 국내 ESS 시장은 3분기에도 실적 회복세가 미미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SDI,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국내 ESS 매출 실적은 저조했다. 삼성SDI는 29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SS는 국내 시장도 판매가 재개되고 미주 중심의 해외판매가 확대되면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국내 ESS 판매 실적은 전 분기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하다.
이날 권영노 경영지원실장은 “중대형 전지 부분은 올해 ESS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반복된 화재 때문에 세계시장을 이끌어온 국내 ESS산업이 자칫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빨리 안전성 강화 조치를 완료하고 사업을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전했다.
LG화학도 지난 25일 진행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SS용 배터리의 국내 매출은 3분기까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며 “내년 국내 매출도 성장이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신뢰도 회복을 위해 앞다퉈 화재를 원천 차단하는 대책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삼성SDI는 최근 ‘특수 소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화재 상황에서 이 시스템이 불길을 막는 과정을 선보였다. 기존 배터리에도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하는 3중 안전장치가 있지만 화재를 막지 못하자 소화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다.
LG화학도 ‘화재확산 방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장 신뢰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정부의 ESS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발표 이후에도 ESS 화재는 5건 더 발생했다.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