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인프라 수준 높아 디지털화폐 발행 필요없다”

입력 2019-10-30 04:04
29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한국은행·한국지급결제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2019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은 “당장 필요없다”며 다시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Libra)’ 출시가 도화선이 되면서 몇몇 중앙은행은 CBDC를 연구하고 있다. 한은은 디지털 격차로 금융 생활이 어려운 고령층이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화폐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전자화폐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시장은 향후 현금을 대체할 ‘잠재 수단’으로 평가한다.

한은은 29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2019년 지급결제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은 금융 인프라 수준이 높아 CBDC 발행 필요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CBDC 효율성과 시스템 복원력을 문제 삼았었다. 이후 현재까지 CBDC 발행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한은은 각국 금융 환경에 따라 CBDC 필요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른 국가에서 CBDC를 발행한다고 우리도 덩달아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다음 달 광군제에 자국 통화인 위안화(CNY)로 표시하는 CBDC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USD) 패권에 대응하고, 내부적으로 거래 투명성을 높여 정부의 화폐 통제력을 키우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스웨덴은 민간의 디지털화폐 독점을 막기 위해 CBDC 발행을 검토 중이다. 자국 내 현금 결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도 되지 않아서다. 자칫 디지털화폐 발행량이 많은 금융기업이 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어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한은은 “한국에선 가까운 장래에 현금이 사라질 가능성도 적은 데다 국제적으로도 CBDC가 상용화되기는 아직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디지털 혁신 속에서 되레 ‘현금 접근성’을 담보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뱅킹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지원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한은은 “대면점포나 자동입출금기(ATM)가 일정 수준 유지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