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만 더 늘린 일자리 정책, 과감하게 전환해야

입력 2019-10-30 04:01
1년 사이 비정규직 최소 36만명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 악화돼… 기업 규제 확 풀어 민간 일자리 확대 유도하기를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만7000명(13.1%) 증가한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35만3000명(2.6%)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36.4%로 2007년 3월 조사(36.6%)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비정규직이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를 올해 조사 항목이 추가되면서 과거 조사에서는 파악되지 않은 기간제근로자가 35만~50만명 추가로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정규직은 1년 사이 최소 36만명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이번 통계는 그런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더 벌어졌다. 올해 6∼8월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72만9000원으로 정규직(316만5000원)의 55% 수준에 그쳤다.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전년에 비해 8만5000원, 정규직은 15만9000원 올라 임금 격차가 확대됐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수준과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추진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 친노동 정책의 혜택이 고용 안정성이 높고 노조 조직력이 강한 정규직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되돌아봐야 한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신규 취업자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4만8000명 늘고 고용률은 61.5%로 9월 기준 2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고용의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제조업 일자리가 11만1000명(2.5%) 줄었고 고용의 중추 연령대인 30, 40대 일자리는 19만2000명 감소했다. 대신 60세 이상은 38만명, 50대는 11만9000명 늘었다. 이는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공백을 정부가 단기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늘린 노인 일자리로 메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 여건이 악화됐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고용지표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재정에 의존한 일자리는 재정 투입이 중단되면 사라지고 만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노동 정책도 중소기업·비정규직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