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의 대우조선 기업결합 ‘파란불’

입력 2019-10-30 04:05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의 첫 관문인 카자흐스탄 심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에서도 관련 절차를 밟고 있어 차질 없이 인수가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카자흐스탄 경쟁 당국이 승인을 통보해 왔다고 29일 밝혔다. 카자흐스탄 경쟁 당국은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EU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경쟁법이 가장 발달해 기업결합의 핵심국가이자 최대 난관으로 분류되는 EU도 사전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1월 중 심사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EU와 일본, 중국 등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주요 관건으로 보고 있다. 경제 보복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최대 경쟁국 중국 등에서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려 하거나 여러 조건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업황 불황에 따라 EU를 중심으로 세계 조선·해운업계가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트렌드에 비춰볼 때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자체에 어깃장을 놓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중국이 최근 로컬 1, 2위 조선업체 간 합병을 승인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로남불’ 격으로 한국 조선소의 합병만 거부할 명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중국선박중공그룹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수주량 기준)은 각각 11.5%(2위), 7.5%(3위)로 합병 이후 글로벌 점유율의 20%에 육박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해당 경쟁 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하고 있으며 모든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아울러 향후 대우조선 인수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