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법안을 오는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 당초 29일 부의키로 했다가 전격적으로 한 달 넘게 연기한 것이다. 여야가 공수처 설치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좀더 숙의하고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로 이해한다.
법안 부의를 무리하게 밀어붙였을 경우 여야 극한 충돌로 국회가 파행될 우려가 많았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끝낼 수는 없다. 더구나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회의장은 요청한다”고 밝힌데서도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한 문 의장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뜻으로 다음 단계는 법안을 실제 심의하는 상정이다. 12월 3일 일단 부의가 되면 법안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문 의장의 12월 3일 부의 조치에 대해 각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여기에 의원 정수 확대 문제까지 불거져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결국 책임있는 정당들이라면 각자 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민주당의 ‘선 검찰 개혁 법안, 후 선거법 처리’ 입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당도 검찰 개혁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검찰 개혁 법안에 앞서 오는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도 12월 2일이다. 모두 비슷한 시기다. 이에 따라 여야가 검찰 개혁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 법안까지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서 대타협을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금은 경제와 외교, 안보 문제 등 나라 안팎으로 난제들이 쌓여 있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를 도출하기 바란다.
[사설] 검찰개혁 법안 부의 연기, 여야 대타협 기회로 삼아야
입력 2019-10-3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