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는 일상복”… 하반신 몰래 촬영 무죄

입력 2019-10-29 00:00 수정 2019-11-28 18:34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레깅스는 여성들에게 일반화된 일상복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원찬)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살폈다. B씨는 당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었다. A씨는 출입문 맞은편 좌석에 앉아 B씨 뒷모습을 촬영했는데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통상적으로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