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북측에 제안해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광 지역인 동시에 이산가족 상봉의 장인 금강산지구의 특수성을 반영한 내용을 정부와 현대아산이 협의, 향후 실무회담에서 북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남측 시설 철거를 거론한 상황에서 북측이 우리 측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아산은 당국 대표단과 동행해 북측이 제기한 문제와 더불어 금강산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김 위원장은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이 ‘너절하다’면서 철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북측은 25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을 전해왔다.
일단 정부와 현대아산은 문서교환 방식이 아닌 대면 실무회담으로 북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문제를 풀겠다는 방침이다. 북측이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50년 독점 사업권을 가지고 있고, 그간 노하우를 축적한 현대아산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이 논의하자는 ‘새로운 방향’은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모두에 활용되는 금강산지구의 특성을 반영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관광시설 개보수 및 활용 방안 마련,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및 인도적 명분의 고향방문 관광사업 등이 제안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북측이 소유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현대아산이 소유한 온정각과 옥류관 등 기존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북측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한 관광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런 계획을 바탕으로 중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북측과 현대아산이 합작사업 형태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2017년 11월 통과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에서 북한과의 합자회사 운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장으로 활용돼온 금강산지구에 상설면회소를 연 뒤 고향방문 형식의 관광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안될 수 있다. 인도적 차원의 상설면회소와 고향방문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피하기 용이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산가족이나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고향방문 형식의 관광사업을 벌이는 문제는 정부에서도 고민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부와 현대아산은 북측이 철거 의사를 철회하고, 지금 시설을 토대로 북측의 발전 구상대로 진행하는 협력 방안을 협의하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철거를 언급했기에 북측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을 역임한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해법은 북측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서는 남측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남북이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