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그다디 후계 이미 뽑아… IS 조직 재결집 우려 커져

입력 2019-10-29 04:07
연합뉴스TV 캡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미군의 작전으로 사망했지만 IS 부활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IS 수괴의 죽음’이 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완전히 발을 빼려 하는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경우 IS 잔존 세력에게 전열 재정비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테러단체 중 가장 인터넷과 SNS 활용에 능했던 IS가 곳곳에 뿌려놓은 점조직 씨앗들로 새로운 구심점이 나타날 경우 빠르게 재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전문가들과 전직 미 국방·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IS의 부활과 확장을 막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자신의 업적으로 치장했지만, 현재 IS 전투원 포로가 다수 억류돼 있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해당 지역 안정화 및 재건을 위한 예산을 삭감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IS 척결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는 개입도 없다’는 신고립주의 기조하에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이해 당사자들이 미국을 대신해 군대 주둔비 등 재건비용을 넘겨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미군 철수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지역에서 터키와 러시아, 시리아 현 정권의 영향력 확대를 장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WP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한때 이라크·시리아에 걸쳐 강대한 세력을 구축했던 IS와 맞서 국제연합군을 지휘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럴 의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군 철수로 인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혼란은 IS 잔존 세력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이 지역에서만 1만여명에 달하는 IS 전투원 포로들을 억류하고 있는데 터키와의 전쟁 이후 제대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IS 포로들의 대량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한 SDF 병사는 WP에 “IS 포로 경비인원 중 절반이 터키와의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털어놨다.

친미 성향의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철군 결정의 가장 큰 결과는 IS의 재출현일 것”이라며 “IS를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교수’ ‘파괴자’라는 별명을 지닌 압둘라 카르다시가 알바그다디의 후계자 자리를 이미 이어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군 공습으로 인한 부상, 당뇨·고혈압에 시달렸던 알바그다디를 대신해 카르다시가 사실상 지난 3월부터 IS의 일상적인 운영과 작전을 도맡아 왔다는 것이다. 그는 IS 내에서 잔혹하고 권위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IS가 후계자 선정을 비롯해 알바그다디 죽음 이후를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며 “IS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