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금융·통신 ‘융합전쟁’ 시동… 월 7000원 5G ‘리브 M’ 출시

입력 2019-10-29 04:04

금융과 통신의 ‘첫 동거’가 시작됐다. 매월 7000원에 5G(5세대 이동통신)를 쓸 수 있는 알뜰폰을 은행에서 판다. 주인공은 KB국민은행에서 선보이는 알뜰폰 ‘리브모바일(Liiv M)’이다. 리브모바일은 약정이 없는 데다 휴대전화에 전용 유심(USIM)만 꽂으면 간편하게 금융 거래도 가능하다.

시장에선 리브모바일을 ‘방아쇠’라고 본다. 단순히 ‘품질 좋은 알뜰폰’이 아니라 산업 간 ‘융합전쟁’을 여는 계기가 된다고 진단한다.

KB국민은행은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리브모바일 출시 행사를 열고 “사전 점검을 거쳐 다음 달 4일부터 리브모바일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월 중순에는 고객이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개통하고, 결합 할인도 추가로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시작한다. 리브모바일은 지난 4월 17일 정부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의 하나다.

리브모바일의 가장 큰 매력은 요금제다. KB국민은행과 거래한 실적에 따라 할인이 붙는다. 급여나 연금, 아파트 관리비 등을 KB국민은행 입출금 통장에 자동이체하면 최대 월 2만2000원을 깎아준다. KB국민카드로 통신요금을 내면 최대 월 1만5000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독자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의 장점을 대폭 살린 것이다.

싸지만 품질은 우수하다. 알뜰폰이지만 5G 사용이 가능하다. 알뜰폰은 구식 휴대전화 전용이라는 관행을 깨고 신형 휴대전화를 판다. 공장 출고가보다 25% 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제공해 구매 부담도 낮춘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통신 사업으로 이득을 보려는 게 아니다. 은행 고객을 늘리는 데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성도 높였다. 전용 유심칩만 끼우면 공인인증서 없이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가입부터 해지까지 비대면·무서류로 가능하다. 인공지능(AI) 챗봇이 실시간 금융 상담도 해준다.

리브모바일은 산업 간 ‘융합’이 창출할 혁신을 보여준다. ‘친구 결합 할인’이 대표적이다. 1인 가족이 늘면서 기존 통신사가 제공하던 ‘가족 결합 할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고객이 많자 대상을 친구로 정했다. 복잡한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리브모바일 앱에서 친구 결합에 동의하면 함께 통신료를 아낄 수 있다. ‘스위치 요금제’는 20대를 위한 상품이다. 신입사원, 군인, 휴학생 등 신분이 자주 바뀌는 20대 고객은 상황에 맞게 요금제를 바꿀 수 있다. 모두 은행이나 통신사가 단독으로 할 수 없던 상품이다.

시장에선 리브모바일의 성패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은 오픈 뱅킹(은행 디지털 플랫폼 통합) 도입을 앞두고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 ‘충성 고객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업황도 점점 어두워진다. KB국민은행에서 장담하는 대로 ‘100만 가입자’를 달성하지 못하면 혁신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융합’이 반드시 생존 법칙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은행 거래를 담보로 통신료를 깎아주는 식으로만 끝난다면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은행 본연의 영업 수준도 함께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