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태국 아세안+3(한·중·일) 회의와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연이어 참석한다. 청와대는 “여러 나라와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같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은 낮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만난 이후 한 차례도 회담을 하지 않았다. 다음 달 예정된 회의에서도 회담을 건너뛴다면 8차례 다자회의를 거치는 동안 한 번도 회담을 하지 않게 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문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1월 3~5일 태국 방콕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개최되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또 다음 달 13~19일 칠레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멕시코도 공식 방문한다. 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과 회담을 할지 주목된다.
최대 관심사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 여부다. 고 대변인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떤 나라와 정상회담이 있는지는 계속 조율 중이라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양국에서 흘러나오는 기류를 종합할 때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다. 최근 방일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은) 단지 거론됐다고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회담한 것은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 당시 정상회담이 마지막이다. 이후 같은 해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나 11월 싱가포르 아세안 정상회의, 파푸아뉴기니 APEC,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회담을 하지 않았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6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두 정상이 냉랭하게 ‘8초 악수’만 나눴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는 마주치지도 않았다. 다음 달 22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만료된다. 그 직전에 예정된 두 차례 다자회의에서도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임성수 박세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