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0%’에 도달하지 못하는 배경에 ‘수요 측 문제’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공급 측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일시적 요인을 제거해도 물가상승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수요 위축’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방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더해지는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의 물가상승률에서 공급 충격, 수요 위축 등 단기적 요인에 더해 중장기적 추세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달 ‘-0.4%’ 물가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 등 일시적 공급 측 요인이 컸다고 봤다. 일시적 요인을 제거하면 반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아직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1%대에서 2%대로 오르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목했다. 올해 1~9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0.4%다. 정부가 공급 측 가격을 누르는 ‘관리 물가’를 제거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0.5%였다. KDI는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2.0%인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건 ‘수요 측’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보다 수요 충격이 더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결국 통화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통화정책이 그동안 ‘물가 안정’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목표를 고려하다 보니 제대로 된 물가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2.0%에 도달하지 못하는 데엔 ‘어긋난 통화정책’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KDI는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