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배드민턴에 금메달 기대주가 떴다. 주인공은 ‘천재 소녀’ 안세영(17·광주체고2).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강자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프랑스오픈을 제패했다. 올 시즌에만 4번째 우승이다.
안세영은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피에르 쿠베르탱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750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대 1(16-21 21-18 21-5)로 꺾고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세계랭킹 17위 마린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비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강호다. 부상 이후 지난달 중국오픈에서 우승하며 부활했다. 경기 중 특유의 괴성으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는 마린을 맞아 안세영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마린에게 1세트를 내준 안세영은 2세트 15-15 접전 상황에서 연속 5득점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안세영의 공격력은 이후 더 화끈해졌다. 2-2 상황에서 흐름을 타고 20-3까지 격차를 벌리며 압도했다. 큰 키(172㎝)를 활용한 공격력뿐 아니라 강인한 체력까지 돋보였다. 안세영이 우승을 확정하자 현지 중계진들은 “스타가 탄생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안세영이 무릎 꿇린 강자는 마린만이 아니다. 프랑스오픈은 BWF 월드투어 대회 중에서도 높은 등급의 대회로 상위 랭커가 다수 참가했다. 안세영은 대회 8강전에선 랭킹 8위 사이나 네흐왈(인도)을 2대 0으로, 4강에선 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안세영은 중학생이던 2017년 12월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국가대표 선발전 7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달아 ‘천재 소녀’로 주목 받았다. 국가대표 1년차였던 지난해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인도네시아 인터내셔널 챌린지 2위, 아이리시 오픈 1위를 기록하며 예열을 마쳤다.
올해는 더 뜨겁다. 5월 뉴질랜드오픈에서 생애 첫 BWF 월드투어 우승을 달성한 안세영은 7월 캐나다오픈, 8월 아키타 마스터스에 이어 프랑스오픈까지 4개 대회를 제패했다. 지난 5월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에서는 랭킹 1위 타이쯔잉(대만)을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 초 99위로 시작했던 안세영의 랭킹은 어느덧 16위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안세영이기에 올림픽 금메달도 기대해볼만 하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자 단식의 방수현(47)이 따낸 게 마지막이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