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脫통신’ 가속… 카카오와 AI·5G·모빌리티 분야 협력

입력 2019-10-29 04:03

SK텔레콤이 ‘탈(脫)통신’ 행보를 가속한다. 카카오와 손잡고 인공지능(AI), 5G, 모빌리티 분야로 외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는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 업체를 넘어 로보틱스, AI 등으로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28일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11월 중으로 ‘시너지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유영상 MNO 본부장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협의체를 이끈다.

양사가 우선 성장 가능성이 큰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 동남아 1위 차량공유 업체 그랩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었고, 자율주행 스타트업 코드42에도 투자했다. SK그룹이 2015년 590억원을 투자해 쏘카 2대 주주가 된 이후 SK텔레콤은 쏘카와 다양한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택시, 대리운전, 주차 등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고 조만간 타다와 비슷한 ‘라이언 택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이제 시작 단계이고, 규제 장벽 등을 혼자 넘기보다 힘을 합치는 게 유리하다는 점 등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카카오가 협력 방식으로 지분 교환을 택한 것은 현재 경쟁 중인 사업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미래 사업에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톡은 이통사의 메시지 서비스를 집어삼켰고 음원 서비스(멜론-플로), 내비게이션(카카오내비-T맵), 택시 호출 서비스(카카오T-티맵) 등에서 경쟁 중이다. 양사가 기존 사업에서 시너지 창출을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단, 느슨한 협력 관계를 맺을 경우 경쟁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협력이 깨질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서로 지분을 보유해 협력 관계를 책임감 있게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통신을 벗어나 다양한 사업 분야로의 확대를 시도해 왔다. 유무선 통신망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보안 업체 ADT캡스를 인수했고, 모바일 기반의 생활금융 플랫폼 사업을 위해 하나금융그룹과 ‘핀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출범했고, 미국 컴캐스트와 e스포츠 전문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개방과 협력을 통한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 외에 다른 업체와도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SK ICT 테크 서밋’에서 “뉴 ICT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SK ICT 테크 서밋을 SK와 외부 파트너들이 공유하는 인프라로 만들어 협력과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