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세상에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1’(1984)은 그 자체로 혁신이었다. 미래에서 온 로봇과 현재의 인간이 맞서는 이야기.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그 명성은 2편(1991)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찾아온 암흑기. 시리즈의 창시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손을 떼면서 3편부터 억지스러운 속편들이 줄줄이 제작됐다. 흑역사의 고리를 끊을 사람은 역시 캐머런 감독 자신이었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지만 ‘캐머런 3부작’에 이름을 올릴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사진)를 통해서다.
30일 개봉하는 영화는 ‘터미네이터2’의 서사를 이어받는다. 캐머런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고, ‘데드풀’의 톰 밀러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전체적인 골격은 전편들과 다르지 않다. 로봇과 인간이 인류의 운명이 걸린 사투를 벌인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중심에 여성이 놓인다는 점이다.
저항군의 리더로 성장하는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막강한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가 미래에서 들이닥치는데, 그런 대니를 지키기 위해 강화인간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 역시 현재로 보내진다. 여성들이 펼치는 액션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파워풀하다. 플롯은 전형적이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신선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를테면 1, 2편에서 활약한 여전사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시리즈의 상징인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등장이다. 신구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리즈는 성공적으로 계승되고, 진화한다.
캐머런 감독은 최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터미네이터2’를 어떻게 독창적이고 창조적으로 비틀어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했다. 그 결과 영화는 확장됐고, ‘터미네이터’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여성 서사의 확장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나오는 액션 영화는 이미 수천 편 있다”며 “특히 린다 해밀턴이 액션을 이끌어가는 게 스테레오타입을 가장 벗어난 지점이다. 60대 여성도 강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그의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였다”고 흡족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