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넘어 가심비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서 더 나아가 ‘가격 대비 품질과 마음’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개념이다. 가격 만족도는 물론 심리적 만족감을 동시에 높이는 가심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심비를 충족하면 소비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건강보험 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는 회원국의 삶의 질을 측정해 ‘더 나은 삶의 지수’(BLI, 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7년 32.5%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67.6%)보다 무려 35.1% 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민 50% 이상이 의료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즉, 병원은 가고 싶으나 병원비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역시 현재의 건강보험 보장률(62.7%)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보장률(72.8%)을 원한다는 점에서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는 재정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하므로 보험료 인상이라는 국민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결국 평소 보험료를 덜 내고 병원비를 더 내는 것과 보험료를 더 내고 병원비를 덜 내는 것의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로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 건강한 국민을 만들 뿐 아니라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고액 진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해 빈곤 대책에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후 2년간 3600만명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기에 보장성 확대 수준 및 소요 재정 마련 방안에 대해 향후 어떻게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 과제다. 우리 공단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운영의 투명성이 중요함을 엄중히 인식하는 한편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을 해소해 국민의 가심비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김덕수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