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적쇄신 비웃는 거대양당 ‘희한한 혁신’

입력 2019-10-28 04:00
연합뉴스TV 캡처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여야가 ‘희한한’ 공천 혁신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전 국민적 지탄을 받은 ‘동물 국회’ 주역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려다 유보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국민은 정치 혁신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정작 여당에서는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애꿎은 초선 의원들이 ‘항의성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고, 제1야당에선 번지수가 잘못된 엉뚱한 혁신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표창원(왼쪽) 이철희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조국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고 상대의 불의를 공격했는데, 우리에게 야기된 공정성 시비가 내로남불로 비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15일 불출마 입장문을 통해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조국 사태는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의 입에서 그럴 듯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적이 없다. 표 의원과 이 의원의 불출마는 조국 사태 이후 반성 없는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보다 못해 초선들이 나선 것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촉망 받는 젊은 후배들이나 목소리를 내고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은 어떻게든 친문(친문재인계)에 붙어 저 살 길 찾으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요즘 민주당 주변에선 중진 의원들이 총선 공천 때문에 당 주류에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파다하다.

당이 잘못된 길을 갈 때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혁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가 잇따르는데도 최고위는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에서 주류의 독주를 견제하거나 공천 혁신을 말하는 최고위원은 찾기 힘들다. 겨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역시 초선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 정도다. 김 최고위원도 지도부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냈다가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당하기 일쑤다.

공천 혁신과 거리가 멀긴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 사태 가담자에 대한 공천 가산점 문제로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사태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한 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황교안 대표는 “가산점에 관해 저는 생각해본 바가 없다. 아직까지 공천 기준에 대해선 협의 중인 단계라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바로 뒤집었다. 지도부 투톱 간 엇박자가 나면서 공천 잡음이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이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당무 감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때 제기됐던 야당발 중진 물갈이론도 주춤해졌다. 한국당은 최근 ‘동일 지역 3선 이상 공천 배제설’이 돌면서 찬반을 둘러싼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공천 혁신을 외치는 일부 의원들이 물밑에서 물갈이론을 들고 나온 것인데, 분란 조짐이 일자 황 대표가 제동을 건 상황이다.

박재현 이가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