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가능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현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해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협상과 관련해 “선거제 개혁은 지역구 몇 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몇 석을 늘릴 것이냐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 하에 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로, 그 논의가 바탕이 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10% 이내 확대’에 합의했다”며 “그런데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을 전면 반대해서 여야 4당 협상 테이블만 만들어지게 됐고 의원 정수 확대는 고려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에 동참한다면 지난 합의에 기초해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 결정은 국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 정수 330석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특히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축소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이 함께 올라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 법안을 처리하려면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선거법과 함께 패키지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의원 정수 확대 카드가 열쇠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 여론에 반한다는 이유로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의석수 확대는 국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면서도 “물론 그런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대표 발언이 나온 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 정서에 반한다”며 “이제 와서 이 당 저 당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얘기하는 것은 애당초 정수 확대가 내심에 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