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까지 ‘5G급’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중단’을 권고한 지 사흘 만에 유통망 70%를 차지하는 편의점업계가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결정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야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4개 편의점 업체가 액상 전자담배 4종(KT&G ‘시드툰드라’, 쥴랩스코리아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을 잠정 판매중단했다. 이마트도 지난 24일 이마트·삐에로쑈핑·일렉트로마트 매장 74곳에서 판매되던 비엔토 ‘아이스망고’와 ‘워터멜론’ 등 7종과 릴렉스 ‘멍빈아이스’와 ‘푸르츠’ 2종을 판매중단했다.
편의점 업계에 이어 대형마트도 시간을 끌지 않고 판매중단을 결정하면서 액상 전자담배는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지난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액상 전자담배의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위해성 여부가 연구 결과로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유통업계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 발표 다음 날부터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위해성 여부가 명확해졌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소비자들로부터 ‘늑장대응’이라 비판받게 될 것”이라며 “편의점 수익에 도움이 되는 담배 판매 금지 결정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이 더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꺼려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선호하는 유통업계가 최근 1~2년 사이 온라인으로 소비 중심이 이동하는 격변을 겪으면서 달라지고 있다. 대체제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는 소비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민감하게 읽어내야만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겪으면서 특히 건강, 환경, 역사를 둘러싼 논란에는 대응 태세를 기민하게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