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 운영 ‘다크넷 손씨’ 은둔형 외톨이였다

입력 2019-10-28 04:01

아동 성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해 전 세계를 경악케 한 23살 한국인 손모씨는 왜곡된 성도착증에 빠진 괴물인가. 그는 19살이던 2015년 6월부터 인터넷 무법지대라 불리는 다크넷에 해당 사이트를 개설하고 돈을 벌어왔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시골 청년이 순식간에 세계 최악의 아동 성착취 범죄집단 운영자가 됐던 것이다.

국민일보는 27일 손씨가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계기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과거를 추적했다. 같은 동네에서 그를 지켜봤던 주민, 학교 관계자, 동창생 등 주변인들을 접촉했다. 그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아’ ‘음란물’ ‘방치’ 등의 단어로 요약됐다.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수사 결과 발표에 ‘어릴 때부터 말썽이 많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아동을 대상으로 그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며 갸우뚱하기도 했다.

‘8년간 방 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는 2016년 초 동창생 일부에게 메신저로 연락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손씨는 중학교 입학 2개월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이후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창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메신저로만 간간이 일부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수년간 연락이 끊기다시피 하다 다시 나타난 그는 대뜸 야동(음란물)에 대한 말을 꺼냈다. 당시는 다크넷에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를 운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주변 사람들은 별다른 직업도 없이 사는 손씨를 걱정했고, 그는 “가지고 있던 야동을 팔면 돈이 되는데, 특히 어린애들 동영상이 돈이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한 지인은 “특별히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기보다는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왜 범죄에 빠진 은둔형 외톨이가 됐을까. 손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결석이 잦았다. 결석일수가 길어지면 보다 못한 담임선생님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자고 있던 그를 깨워 학교로 데려오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런 생활은 중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그가 다녔던 중학교 관계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결손가정 학생이었는데 무기력했고, 학습에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담임교사가 집에 찾아가 손을 끌고 등교하기도 하고 부단히 애를 써 봤지만, 도저히 졸업까지 끌고 가기 어려운 지경이었다”고 했다. 상담을 해봐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고, 가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손씨 부모가 언제 이혼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지인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는 점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아버지에게 여러 번 상담을 요청해 본 적이 있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도 그의 학교생활 등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의 과거에는 음란물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사건 사고의 흔적이 여럿 남아 있었다. 한 초등학교 동창생은 “교실에 선생님이 쓰는 컴퓨터가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몰래 야동을 틀어놓은 적이 있었다. 성관계가 뭔지도 잘 모르는 나이였고, 안다고 한들 감히 선생님 컴퓨터에 그걸 틀어놓을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다른 동창생은 “당시 버디버디라는 채팅 프로그램이 유행했었는데 걔(손씨)가 자신의 메신저 홈페이지에 야동을 올려뒀었다”며 “어지간한 친구들은 한 번씩 다 들어가서 봤을 정도였다”고 했다. 동급생 대부분은 그런 손씨와 가깝게 지내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면서 손씨는 또래들과 더 멀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이때부터 손씨가 컴퓨터를 활용한 어두운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했다. 손씨의 지인은 “중학교를 자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씨가 컴퓨터 화면을 캡쳐해 보내준 적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 게임 서버 사진이었는데, 자기가 서버를 복제해 이용자들한테 돈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손씨는 해당 서버를 이용해 5000만원을 벌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손씨의 컴퓨터 실력은 당시 이미 수준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정집 PC의 IP 주소를 동네 PC방 IP 주소로 바꾼다든지, 간단한 해킹 프로그램을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돈에 집착했다는 증언도 많았다. “돈이 사람을 모으는 거야” “돈 있다고 그러면 벌떼처럼 사람들이 모여든다” “돈 자랑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관심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손씨는 지난해 검거되면서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몰수당했는데, 주변에는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 얘기는 숨긴 채 “비트코인으로 벌어들인 돈 4억원을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만 얘기했다.

손씨는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손씨를 자국법으로 처벌하겠다며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정현수 김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