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주문 이후 향후 대학 입시가 어떻게 바뀔지 학교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사는 역시 정시 비중 확대 폭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부터 30% 이상인 현행 기준이 이번 정시 확대 정책의 ‘타깃’으로 지목된 이른바 서울 주요 대학에서 4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변수는 다음 달 초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부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서울에 있는 학생 충원이 걱정 없는 대학들은 학종을 선호한다. 실질적인 학생 선발권이 대학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모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학습 태도 역시 정시로 입학한 학생보다 좋다고 한다.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이 ‘수능에서 한 문제만 더 맞혔어도 여기 안다녀도 되는데’라며 아쉬워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들은 학종 출신이 더 학점이 높고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도 낮다는 근거를 든다.
지난해 대입 개편에서 ‘정시 30% 이상’ 기준이 결정됐을 때 대학들은 학종 비율을 거의 손대지 않고 학생부교과전형이나 논술 실기 등에서 모집인원을 줄여 정시 30%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학종 비율을 오히려 늘린 대학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학종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지적함에 따라 대학들은 학종 비율을 줄여 수능 위주인 정시 모집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학종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이라며 수시의 논술 전형도 줄이라는 시그널을 내보냈다. 대통령과 부총리의 이런 요구를 거스를 ‘간 큰’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시 확대 요구를 받는 대학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학종 비율을 줄이는 시늉을 할 수밖에 없다. 규모는 교육부가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인 13개 대학 대상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 달릴 전망이다. 학종에서 고교등급제 의심 사례가 나오거나 부정 입시가 확인될 경우 정시 확대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그래도 가장 선호하는 학종 비율을 최대한 방어하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제1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는 학종 비율을 대폭 줄이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
다른 전형에서 뽑는 인원을 최대한 줄여 정시 비중 확대 요구를 이행하고 학종에서 줄이는 비율을 최소화할 경우 향후 대입은 수시 학종과 정시 수능으로 단순화된다. 정시와 수시가 5대 5 비중으로 재편되더라도 학종을 포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을 변형할 가능성도 있다. 2021학년도에 고려대가 실시할 예정인 방식이다. 고려대는 2020학년도에 62.3%인 학종 비중을 2021학년도에 47.5%로 줄이고, 학생부교과전형을 9.6%에서 27.8%로 끌어올렸다. 고교 내신 1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이 주로 지원하니 면접을 통해 학생을 뽑겠다는 ‘꼼수’다.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30%인 대학은 정시에서 30% 이상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7일 “워낙 정책의 신뢰도가 바닥이라 앞으로 어떻게 대입 정책이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고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정부 정책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