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후 첫 주말인 지난 26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여의도와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은 ‘검찰 개혁’과 ‘정경심 석방’ 구호를 외쳤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회 앞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요구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26일 오후 4시 여의도공원 앞에서 제11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여의대로 서울교 교차로부터 마포대교 교차로까지 약 1.1㎞ 구간 8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노란 풍선을 들고 ‘공수처를 설치하라’고 외쳤다. 주최 측은 참가인원을 추산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를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단에 선 한 시민은 “조 전 장관이 검찰의 혹독한 수사에서 살아 돌아왔다”면서 “‘조국 수호’는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고 주장했다. 유모(53)씨는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것은 모두가 공감하므로 국회가 검찰 개혁 법안을 입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계엄령 문건’에 대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연사로 나선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탱크에 짓밟힐 뻔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국회의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 중앙당사까지 약 2.4㎞를 행진했다. 시민연대는 다음 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 사람들’은 이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있는 서초동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검찰이 범인이다, 서초동 달빛 집회’로 이름 붙여진 집회에서 시민들은 LED 촛불과 스마트폰 플래시 등을 켜고 ‘정경심을 석방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가 추워도 조 전 장관 일가만큼 춥겠냐”며 서로를 독려했다.
보수 성향 단체가 주최한 집회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자유연대는 오후 3시부터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자유연대는 “정 교수가 구속된 만큼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대학생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한국대학생연합은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구속 페스티벌’을 열었다. 우리공화당도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인근에서 태극기집회를 개최한 뒤 광화문에서 추가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