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속의 교회는 양적 성장 대신 내적 성숙에 방점을 찍고 목회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수표교교회(김진홍 목사)가 27일 ‘도시교회, 그 성숙의 실마리’를 주제로 교회 본당에서 연 제11회 수표교포럼에서다. 수축사회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한국교회도 교인과 예산이 꾸준히 줄고 있는 곳이 많다.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성장 이후 도시교회의 변화와 역할’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교회 성장은 멈췄고 다시는 양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교회는 성장보다 성숙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말로 복음을 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한 대안적 활동을 마련하고 영성과 경건 훈련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목회를 해야 한다”면서 “도시에서는 큰 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기여하라”고 주문했다.
한동구(평택대 신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교회의 모습과 성서가 지향하는 교회를 비교했다. 한 교수는 한국구약학회장을 지낸 역사신학자다. 그는 “지금 교회는 지역사회(세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의 시대, 교인과 교회 공동체는 세상과 구별된 가치를 가져야 한다”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게 아니라 교인다움,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걸 말한다”고 했다. 이어 “소통을 위해 일방적 태도를 버리고 이웃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겸손함으로 무장하라”며 종교적 배타성을 경계했다.
김진홍 목사는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는 요한복음 3장 3절 말씀을 푯대 삼자”면서 “포럼을 계기로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이 넘치는 성숙한 교회가 되자”고 권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