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에 발목 잡혔다.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선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 쇼크’로 받아들인다. 올해 경제 성적표는 2.0% 턱걸이는커녕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때는 외환위기 등 네 차례뿐이었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과의 통상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기에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2%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 연간 2.0% 성장하려면 4분기에 최소 ‘0.97%’ 성장률 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민간 위축으로 성장을 책임진 건 ‘나랏돈’이다. 정부는 이미 경기 부진을 방어하는 데 올해 예산의 약 70%를 쓴 상태다. 4분기에 쓸 ‘실탄’이 적다. 연말에 민간 부문의 경기가 ‘재정 절벽’을 뛰어넘을 만큼 풀리지 않으면 2%대 성장이 어렵다.
한은은 3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0.4%(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기 시 0.39%) 상승했다고 24일 밝혔다. 시장 전망치(0.5~0.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4분기에 0.97% 성장을 해야만 연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2.0%로 잡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건 재정지출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에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였다. 전분기 대비 0.9% 성장했던 지난해 4분기에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3% 포인트였다. 1.0% 성장했던 올해 2분기엔 -0.2% 포인트였다. 이를 메우고,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 정부였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0.4%의 ‘역성장’을 보이자 돈을 집중적으로 풀었다. 469조6000억원에 이르는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2분기에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데도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1.2% 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전체 분기 성장률을 1.0%에 맞췄다.
문제는 하반기다. 정부가 연초 과감하게 돈을 투입한 배경에는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 있었다. 상반기에 재정으로 경기를 방어하고, 하반기에 대외여건 개선 등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셈법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예산에서 이미 지출한 금액 비중은 중앙재정 78.5%, 지방재정 63.1%, 지방교육재정 71.9%에 이른다.
이런데도 경기는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만 있다. 3분기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 포인트로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미약하다. 정부도 ‘쓸 돈’이 적어지면서 성장기여도가 0.2% 포인트에 그쳤다.
정부의 ‘실탄’은 4분기에 더 쪼그라든다. 재정지출 효과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4분기에 ‘0.97%’를 달성해 연간 2.0% 성장률을 맞추려면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해 민간이 성장을 해야 한다. 현재 흐름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은 얘기다.
정부는 일단 적은 돈이라도 남기지 않도록 예산의 불용이나 이월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산을 최대한 써서 4분기 성장률을 뒷받침해보겠다는 의지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4분기에 1% 성장을 할 수 있느냐는 민간의 성장기여도 확대, 올해 예산의 최대한 활용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최지웅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