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공식 반응은 없지만… 꿀렁거리는 민주당

입력 2019-10-25 04:05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위쪽).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정 교수 영장 발부 소식에 낙담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겉으로 조용한 것과 달리 물밑기류는 복잡미묘하다. 한쪽에선 법원의 영장 발부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다른 편에선 ‘정 교수가 구속되면 그때 가서 보자’고 입장을 유보해 왔던 당이 이제는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도부와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당혹스러워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24일 한 라디오에 나와 “원칙으로 따지면 발부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부돼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대변인들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정책조정회의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법 절차가 시작된 만큼 남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 국민과 함께 겸허한 마음으로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이 지도부의 공식적인 발언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가급적 정 교수 관련 발언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말이 돌았다. 한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만큼 특별히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수도권과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25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지켜보자며 벼르는 분위기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 교수 구속과 향후 재판 진행이 여론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두 달간 정국을 흔들었던 조국 사태로부터 국면 전환을 하려면 어떻게든 여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여당엔 정국을 수습하고 국민들에게 의견을 전달할 책임이 있다”며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몫이, 여당엔 여당의 몫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한 대통령과 달리 여당은 책임지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 당의 모습이 ‘사랑하는 임은 갔지만, 나는 아직 임을 떠나보내지 않았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청와대도 이날 정 교수 구속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교수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들도 “입장이 없다” “앞으로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조 전 장관이 이미 사임한 만큼 청와대가 직접 입장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제 조 전 장관을 향하게 된 만큼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명백한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는 31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다. 이 회의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참석 대상이다. 예정대로 참석자가 확정된다면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윤 총장을 임명하고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처음으로 공개 대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윤 총장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정들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김나래 박세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