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개방과 기업의 자율성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 지배를 강조하고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국유기업은 민주적인 관리와 직원 자치를 내세웠다가 문화대혁명 때 거론됐던 ‘독립왕국’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중국 정부는 기자들에게 ‘시진핑 사상’ 시험을 치르도록 의무화하는 등 사상검증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2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국가감찰위원회 등이 관리하는 중국기검감찰보는 전날 ‘독립왕국의 전멸’이라는 제목으로 한 국유기업 산하 공장의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국유기업 산하 인쇄 관련 공장은 상급조직의 지휘를 벗어나 2009~2017년 ‘전면적인 자치’를 하면서 조직 기강이 흐트러지는 등 문제가 불거져 올해 초 13명의 간부가 문책받았다.
감찰보는 “이 공장은 상부조직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개혁을 추진하고 자치를 실행해 8년 동안 당의 지도와 감독을 벗어나 있었다”며 “이 공장은 독립왕국과 같았다”고 지적했다. ‘독립왕국’이란 단어는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이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것은 중앙에 독립왕국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면서 문화대혁명의 원인으로 거론한 표현이라고 명보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내부적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외치는 개방과 기업 우호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 국무원은 전날 생산력 향상과 고품질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 환경을 최적화하는 내용의 규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행정 승인을 간소화해 중국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해석됐으나 실제로는 아직도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 지배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날 중국 기자들이 앞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이념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시험을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국내 주요 신문·TV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 시험을 실시키로 했으며 시험에 불합격하면 5년마다 갱신하는 기자증을 발급받지 못한다.
중국에선 2014년부터 기자윤리 등을 묻는 시험이 의무화됐지만 이번 시험부터 ‘시진핑 사상’ 시험이 추가된 것이다. 시험은 중국 공산당이 개발한 시진핑 사상 교육용 앱인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 등을 이용해 실시되며 100문항 가운데 8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