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표적수사’ ‘정치적 수사’란 여권의 주장 명분 잃어…
수사·재판에 영향 미치려는 일체의 행위 중단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23일 자정을 넘겨 구속됐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 갈려 격렬하게 맞서고 있는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1차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과 지지층은 일방적 주장을 접고 법원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향후 재판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민주시민의 성숙된 자세일 것이다. 물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정씨의 범죄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투는 절차가 남아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씨 구속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정씨가 11개 범죄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는데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혐의가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놓고 ‘과잉 표적수사’ ‘검찰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수사’라는 여권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건 유감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당 여기저기에서 법원 판단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설훈 최고위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조 전 장관을 타깃으로 검찰 개혁을 못하게 하겠다는 프레임을 짜고 있었다”며 검찰 수사의 의도를 문제 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 앞에 조 전 장관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여권은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야당도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수사를 촉구했는데 논리적 비약이 지나치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진영 갈등과 정치적 분란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위를 자제하길 바란다. 수사와 재판은 검찰과 법원에 맡겨두고 여야는 검찰·사법 개혁, 민생법안 처리, 예산안 심사 등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설] 정경심 구속… 이젠 수사와 재판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
입력 2019-10-25 04:01